성탄의 의미
성탄의 의미가 새삼 되새겨지는 것은 우리 삶이 어둡고 피폐하며, 서로간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쳐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 빈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으나 나눔과 이해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권력 주변은 온통 '돈냄새'를 풍기는 추잡한 뒷거래가 판을 치면서 국리민복의 의지가 의심스러워지는 작태가 연일 노출되고 있다. 세계는 테러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종교간 균열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성탄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통 받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께서 온 것이 바로 그 핵심일 것이다. 구원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바탕이 된 사랑의 정신 회복에서 나타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소통하는 마음으로 열어서 끌어안는 것이다. 나눔과 섬김의 정신은 거기서 출발한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남을 배척하고, 자신의 잣대만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모든 대립과 분열은 거기서 생긴다.
우리 주변에는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 부모를 잃고 시설에서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 노후의 피폐한 삶을 연명하는 이들. 이들을 찾아내어 따뜻이 위무하는 손길이 아쉽다. 올 들어 이들에 대한 기업과 사회단체들의 손길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보인다. 시민들의 손길도 유달리 싸늘해진 감이 있다. 마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먹고 살기에 급급하여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언제 여유가 있어서 남을 도왔는가. 가진 것 없어도 이웃에게 정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본래 마음자리며,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사람살이의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가치관의 혼돈으로 삶의 기준이 흔들리고, 성 윤리의 파탄도 잦다. 주위 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생태. 환경의 훼손이 심하고, 거기다 생명의 존귀함에 대한 인식도 옅어져간다. 이런 상황에서 온갖 부정과 부패, 범죄들이 판을 치면서 인간성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교간 대립과 다툼도 심해지고 있다. '문명간 충돌'이니 하는 말들도 결국은 배타와 이기심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이 모든 갈등과 폭력을 미워하는 마음과 더불어 생명사랑과 이웃사랑의 마음으로 극복해야 한다.
올해도 부처님 오신 날에 그랬던 것처럼, 불교계가 성탄절을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광경을 여기저기서 보여준다. 이해와 관용으로 열린 마음이 종교와 종교를 연결시킨 것이다. 이런 마음이 바탕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무엇인들 못 열어 제치겠는가? 이런 마음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그늘을 걷어내는 바탕이 됨을 모두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성탄은 죽음의 문화에 맞서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라는 부르심’이다. 사랑과 화해, 그리고 평화가 성탄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영남일보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