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글

진정한 회개는?

모래알1 2004. 12. 3. 17:41

“반성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자기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 잘못에 대한 죄값을 받고

이후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진 것 어느 것도 내놓지 않고

잘못한 것 어느 것도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찌 용서를 바라십니까?
의금부로 가서 자신의 죄를 밝히십시오.”

자신의 음모와 계략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최상궁.
그녀는 장금이 앞에 무릎을 꿇고 지난날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고
형식적인 행동으로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고자 한다.
그 속을 알고 있는지 장금이는 최상궁에게 용서받고자 한다면 의금부로 가서 죄 값을 치르라고 한다.


우리는 회개가 무엇이며, 통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회개와 통회의 필요성도 알고, 회개와 통회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일상의 삶 안에서 매순간 순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렇게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주저한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통회하면 뭐하나. 또 같은 죄를 범할 텐데’,
‘나만 회개하면 뭐하나. 저 사람이 먼저 뉘우쳐야 하는데’,
‘나의 큰 잘못을 하느님께서 과연 용서해 주실 것인가?’ 하는 불신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습관에 젖었던 습성에서 변화되기 싫어하는 나와,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본래의 아름다운 심성으로 돌아가려는 나와의 갈등이 두려워서

회개를 피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 자신과의 싸움, 충돌이 회개를 막고 있는 걸림돌이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하는 동안 우리들은 하느님의 품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달라질 수 있다면, 변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우리 안에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커 갈 수 있는 생명의 숨결이 있다.

열매 맺을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 있다.
그 힘을, 그 생명의 씨앗을 볼 줄 알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사순시기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스스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나는 어디에다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의 물음을 통하여

우리가 맺는 열매는 달라질 것이고,
주인을 기쁘게 해 주는 모습으로, 혹은 그렇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사순 제3주일 김석주(베드로) 신부님의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