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잘못을 보고 함부로 말하기는 쉽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예리한 혀로 남의 살을 찌르거나 독설로 못을 박는다.
박식한 논리로 상대방의 가슴을 멍들게 하거나
분노한 태도로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이해하기보다는 질타의 말이 먼저 쏟아져 나오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비난의 화살이 먼저 날아간다.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을까를 헤아려 보기 전에 흥분한 감정에 휩싸여 버리게 된다.
그러면서 사실은 두려워진다.
나도 언제든 잘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늘 잘못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불완전하고 부족한 인간이며 쉽게 유혹에 빠지고
때론 알면서도 모르는 사이에 죄를 짓고 잘못을 저지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용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도 용서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용서야말로 큰사랑이다.
그래서 용서의 서(恕) 라는 한자는 같을 여(如) 에 마음 심(心) 이 합해서 만들어졌다.
같아지는 마음이란 상대방과 나를 똑같이 생각해 보는 자세일 것이다.
그리고 서(恕)는 ‘헤아려 본다’는 의미와 ‘어질다’는 의미를 더 갖고 있다.
한 번 더 헤아려 생각해 보고 행동하는 마음과 어질게 대하는 마음이야말로
용서의 근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종환-
'신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앙의 눈으로 예수를 보지 않는다면 (0) | 2004.12.03 |
---|---|
색깔있게 살자 (0) | 2004.12.03 |
현재를 선물이라 부른다 (0) | 2004.12.03 |
우리는 오늘도 주님을 난도질했습니다. (0) | 2004.12.03 |
그리스도인이라 할 때는 (0) | 200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