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가 넘도록 "큰 시련과 상처 하나 없이 잘 살아왔다"는 것을
자랑삼아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잣대로 볼 때 편하고 좋은 일이겠지만
그 말은 곧 "나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공에 의해서 대개 그 지위는 높아지지만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실패와 시련을 통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은 열세 살 때 권총 사고로 소년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밴드 활동을 통해 드럼, 트롬본, 트럼펫을 익히게 되고
재즈 아티스트인 킹 올리버를 만나게 되면서, 재즈 뮤지션의 길을 가게 되어
'what a wonderful world'라는 감미로운 음악을 남긴 재즈계의 거목이 되었습니다.
한국 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효봉 스님은 판사 시절, 한 죄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후에
한 생명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의 미망을 떨치지 못하여
결국 판사복을 벗어 던지고 산으로 들어가 불교계의 큰 스님이 되셨습니다.
기도의 주보성인인 성 이냐시오는 훌륭한 기사가 되어 출세할 꿈을 꾸며 성장했습니다.
그러던 중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두에 서서 싸우다가
다리에 포탄을 맞고 고향으로 후송되어
침상에서 책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삶의 '뒤엎어짐(회심)'을 겪어 본 사람들은
그 시간이 자기 안의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시간인 것을 압니다.
그것은 교부들이 즐겨 찾았다는 사막과도 같은 '광야의 시간'입니다.
사막이나 광야의 시간은, 적막과 함께 영혼의 소리만 들려오는 고독의 시간입니다.
영혼의 소리는 가장 진실한 소리이기 때문에
군중과 소음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깊은 곳의 진솔하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기를 겁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바로 그분께로의 '초대'의 시간입니다.
어떤 의미로 우리는 이미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초대장만 받아들고
'아픈 만큼 아름다운' 잔치에 참석할까 말까 문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들입니다.
기도하기보다 기도에 대해 말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서적으로 살기보다 세상의 법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은지
용서하기보다 용서받으려고만 하지 않는지, 사랑하기보다 사랑받기만 원하지는 않는지….
깊어 가는 이 계절, 고요히 묵상해 보심도 좋으리라 믿습니다.
빈자리의 행복 / 가톨릭 출판사 / 강혜진(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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